데시마 미술관은 사전 예약이 필수인 곳으로
방문한 날 마침 날씨가 무척 쾌청하고 맑아
공간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깊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대한 물방울을 품은 듯한
유기적인 건축물의 형태와 실제 바닥의 미세한
구멍들에서 끊임없이 솟아나와 뭉치고 흩어지는
물방울들이 빚어내는 조화였습니다.
매끄러운 바닥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향해 뚫린
커다란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공간을 스쳐 가는
바람과 미세한 울림의 소리, 흘러가는 구름,
간혹 날아드는 벌레와 새들마저도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왔습니다.
그저 멍하니 자연과 동화되어 온전한
치유를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작품의 이름과 의미를 굳이 '모정'이라는
특정한 틀로 규정지어야 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과 불편함이 남았습니다.
공간과 자연이 주는 감각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경이롭고 거대한 울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내부에서 사진 및 영상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 덕분에 오히려
시선을 화면에 빼앗기지 않고 오직 나의 감각으로
그 순간, 그 공간에만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렌즈를 통하지 않고 온전히 현재에 몰입하게
만들어 준 이번 여행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미술관. 나오시마의 안도다다오 보다 한국에서는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라 건축이나 미술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은 모르고 잘 오지 않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오시마의 미술관 여럿보다 이 건물 하나가 임펙트는 강렬한 것 같다. 교통편이 불편하지만 이거 하나만 보러와도 좋다.
상상과 예상을 뒤집어 놓는 미술관
이공간 안에서는
겸허해진다.
죽기전에 꼭 가볼 미술관
※여벌 양말 가져가기ㅡ이유는 비밀
UFO의 불시착 같은 외형
설계와 건축도 신비할 정도
• 미술관 가는 방법
- 오카야마 역 > 우노 역(JR 간사이 와이드 패스)
- 우노 항 > 이에우라 항 > 카라토 항(쾌속선)
* 우노 항 쾌속선 탑승 위치 사전 확인 필요!
** 이에우라와 타라토 항은 모두 데시마에 위치하나 선착장이 별개의 위치에 있음
- 카라토 항 > 데시마 미술관(도보 이동)
• 관람 후기
저는 문뜩 이 공간이, 사람이 죽어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곳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빛, 물, 바람 같은 것들에 집중하면서 기뻐하거나 위로받는 경험과 다른 사람들의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기도 했던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며 규칙을 준수했습니다. (단 한 번도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리지 않았어요. 천진난만한 아이의 소리에도 너그럽게 미소지을 뿐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가득한 요즘, 사람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이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감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축‘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우리 곁에 있는, 어쩌면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자연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프레임’ 같은 건축.
멈춰서서 바라보는 건 자연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향한 내 마음.
* 정해진 동선이나 관람 방법은 없습니다. 내 감각이 이끄는 대로 좀더 자유롭게 공간을 경험해봐도 좋겠습니다.
조용히 미술관의 소리와 광경을 감상하면 순식간에 1시간이 지나갑니다. 충분히 감상하고 나오면 도로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은 데시마를 방문해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오시마나 쇼도시마를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 두 섬보다는 접근이 어려운 편이긴 하지만 그곳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